양경수 위원장의 구속과 문재인 정부의 성격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지난 2일 새벽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에서 ‘재벌 존중’으로 돌아섰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이제 굳이 체면 차리고 눈치 보고 그러지도 않는다. 재벌 대표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하고 비어있는 독방에다 노동자 대표 양경수 위원장을 가둬 넣는 짓을, 보란 듯이 서슴없이 벌이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에게 묻는다. 야심한 새벽에 빠루, 해머, 전기톱으로 무장한 경찰을 동원하여 강도처럼 민주노총을 침탈해 위원장을 잡아간다고, 정부의 실정과 무능이 감춰지는가.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최근 7주 연속(0.36%→0.36%→0.37%→0.39%→0.40%→0.40%→0.40%) 역대 최고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라. 지금 정부가, 잡으라는 집값은 안 잡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잡아가는 이런 짓을 벌이고 있을 때인가.

민주노총이 문 정부에 대하여 분노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민주노총을 폭력 침탈해 위원장을 강제 연행한 것은 역대 어느 정권도 감히 한 적이 없는 초유의 사건이다. 정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으며, 노동자에게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문 정부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의 구속은 민주노총 10·20 총파업 투쟁의 기폭제가 될 것이며, 이 정권은 두고두고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 정부의 본질적 성격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규정해보자.

정부 당국은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 사유에 대하여 불법 집회 개최와 감염병 예방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먼저, 감염병 예방법 위반 여부에 대하여 따져보자. 이 정부는 7·3 노동자대회가 마치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인 양 대대적인 왜곡 선전을 펼치면서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문재인 정부는 마치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을 때려잡자는 기세로 작심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고,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당국(질병관리청)의 추적조사에 성실히 협조하였다.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7·3 대회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다. 당국의 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면, 정부가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고 응당 민주노총에게 사과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민주노총에 대한 사과는커녕 되레 위원장을 구속하였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런 미친 정권이 있단 말인가. 문 정부의 감염병 위반 운운은 방역 실패로 인한 코로나19 확산과 감염병 대응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게 떠넘기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 정부가 아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반민주 독재 정권의 만행이다. 군사 독재만 독재가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 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감염병 예방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초헌법인가. 감염병 예방법을 내세워서 헌법을 무시하고 짓밟는 것은 위헌이다. 헌법을 위반한 정권은 반민주 독재 정권이다. 총칼을 동원하지 않고 감염병 예방의 명분을 내세웠어도 위헌은 위헌이다. 문재인 정부는 독재 정권이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는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 사유로 불법 집회 개최를 든다. 그 사유가 타당한지 따져보자. 7·3 집회를 준비하면서 민주노총이 여러 군데에 집회신고를 했지만, 당국은 전면 집회 금지를 통보하였다. 감염병 방역을 이유로 민주노총 집회를 금지하고 원천 봉쇄한 것이 타당한가. 7월 초 당시에 야구장과 축구장에 수천 명이 입장하고 있었으며, 16일~18일 사흘간 대구에서는 하루 2회씩 총 6회(1회당 4000명 관람)의 대형 실내 콘서트도 허용되었다. 그런데, 유독 민주노총 집회만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금지한 것은 법 적용의 공정성에서 어긋난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정부가 집회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다. 민주노총의 7·3 대회는 정부가 자행한 위헌적 불법 행위에 대한 항의 규탄이었으며 정당한 헌법적 권리의 행사였다. 불법을 저지른 것은 정부 당국이지 민주노총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감염병 예방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는 초헌법이 아니다. 정부가 감염병 예방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민주노총의 집회를 금지한 것 자체가 불법·위헌적인 권력남용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임했었다. 촛불 항쟁은 집회 시위였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광장에서 평화적인 집회 시위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인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였다. 그런데 촛불 항쟁의 수혜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집회를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다니…. 문 정부가 스스로 촛불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을 위반하는 정권은 반민주 독재 정권이다. 감염병 예방의 핑계를 대면서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문재인 정부는 독재 정권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국회의사당에 시위대가 난입해 폭력 사태가 일어나 5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난장판이 벌어졌었다. 미국의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력 난무의 아수라장은 우리가 광장에서 보여주었던 평화적인 촛불 시위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사리판이 벌어지는 미국에서도 집회 시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라고 명문화하여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사례도 있다. 미국의 나치들이 1977년 시카고 근교의 유태인 마을 스코키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하자 스코키 주민들은 나치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일리노이 지방법원은 “스코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 나치의 집회를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나치는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연방대법원은 ‘나치 승소’라는 판결을 내렸다. “나치 마크를 앞세운 시위는 상징적 발언으로,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사전 제약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굳이 양키의 사례를 든 것은 그들을 부러워하자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 하물며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라고 하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사족을 못 쓰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위정자들더러 들으라고 미국의 사례를 일부러 인용했다. 심지어 이런 판례들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악마 숭배도 종교적 신념으로 간주하고 차별 없이 보호한다는 판례, 폭력 사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인종차별주의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의 집회도 허용한다는 판례 등등이다.

민주노총의 7·3 노동자대회는 ‘중대재해 근절!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외친 집회였다. 코로나19 위기의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고 정부에게 노정 대화를 촉구하였다. 이 집회가 악마 숭배 집회나 인종차별주의 집회보다 위험했을까.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했고 무슨 폭력이라도 일으켰는가. 그런데, 평화적인 생존권 요구 집회를 개최했다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을 짓밟으면 독재 통치다. 양경수 위원장의 구속은 문재인 정부의 독재적 본성이 드러난 사건이다. (2021년 9월 6일)

○ 덧붙임

문재인 정부가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하면 아마도 틀림없이 시비와 의문이 제기될 것 같아서 미리 덧붙여둘까 합니다.

본질이 같다고 하여 현상의 차이가 없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구별해야 하는 것은 본질과 현상이지요. 본질이 같다고 하더라도 현상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군부독재만 독재이고 자본독재는 독재가 아닌가요. 둘 다 독재지요. 현상이 다르다고 하여 본질이 다른 건 아니거든요.

그러면 또 이렇게 반문할지 모릅니다. 문 정부가 독재 정권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국힘으로 정권 교체를 하자는 거냐?’라고요. 전형적인 흑백 논리의 이분법이자 논리 전개의 극단적 비약입니다. 문 정부가 독재 정권이라고 그 본질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과 국힘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직결되는가요. 국힘이 독재 세력의 본당이라는 거야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게다가 국힘이 민주당보다 더한 수구 우파 집단이라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윤석열이 극우 수준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해서 그를 비판하는 홍준표가 민주주의자로 되는가요. 둘 다 우파 독재이며, 그중 누가 더 우파적인가의 상대적인 양적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윤석열보다는 홍준표가 더 낫게 보이니, 윤은 독재이고 홍은 민주일까요. 착시 현상이지요.

이제 제발 이런 유치한 시비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족처럼 이렇게 몇 자 덧붙인 까닭은 다름이 아니고요. 2년 전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칼럼에서 정치검찰 윤석열을 비판했더니, ‘그러면 조국을 지지하는 거냐?’라고 묻던 기억이 떠올라서입니다. 또 아프간전의 미군 철수를 미국 패배라고 했더니, ‘그러면 탈레반을 지지하는 거냐?’라는 질문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