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능가하는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첫째 요인이다. 특히 2030 청년들이 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정부 편으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이 다름 아닌 집값 폭등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작년에 비해 54.6%나 오른 달걀값에 빗대어 “집값이 달걀값처럼 날마다 오른다”는 성토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9%였으며,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에 그쳤다. 특히 30대 응답자 중 85%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전 세대 중에서 30대에서 부정 평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도 비슷했다. 18~29세 응답자 중 8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에 그쳤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조사에서 긍정 평가 비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치, 부정 평가 비율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8~10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부정 평가는 23%에서 79%로 급등했고 반면에 긍정 평가는 44%에서 6%로 급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간의 추이를 살펴봐도, 긍정 평가는 15%에서 6%로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68%에서 79%로 상승하며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에 대해 질문한 결과는, 57%가 ‘오를 것’이라 답했고 14%는 ‘내릴 것’, 21%는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에 대해서도 63%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8%만 ‘내릴 것’, 23%는 ‘변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전망과 마찬가지로 주택 임대료 전망도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그래서 내년에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첫손에 꼽힌다. 매일경제신문·MB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부동산 안정이라는 응답이 25.7%로 가장 높게 나왔다. 경기 활성화를 꼽은 응답이 24.6%로 비슷하게 높았고, 일자리 창출(4%), 코로나 극복(3.8%)이 한참 뒤였다. 특히 30대(42.3%)와 20대(32.2%)에서는 부동산 안정을 꼽은 비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 오른 지역이 없지만, 특히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인천은 21.75%, 경기도는 21.16% 올라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를 봐도, 인천이 16.16%, 경기도가 15.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작년 연간상승률을 크게 뛰어넘었다.

경기도는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GTX를 필두로 신분당선·신안산선 등 철도 호재를 따라 집값 급등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전국에서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기도 의왕(31.94%), 경기도 시흥(30.58%), 경기도 안산(26.38%)으로, 모두 철도 호재와 직접 연관된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GTX-A·B·C 노선사업을 적기에 추진하는 한편, GTX-C 노선을 평택과 시흥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 순환철도망 완성을 위해 교외선 고양-의정부 구간과 의정부-남양주 구간의 연결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지하철 3·5·6·7·9호선 연장과 인천 2호선 고양 연장, 고양-은평선 신설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수도권 내륙선과 부천 대장과 홍대 구간을 잇는 대장-홍대선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수도권 제2순환도로 건설 사업은 전 구간이 조기에 개통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경부고속도로 경기도 구간(양재IC-동탄IC) 지하화도 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행복 상실 비용’이 한 달 94만원에 달한다는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를 인용하면서 수도권 교통난 해소는 더 미룰 수 없는 최대의 현안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GTX 건설을 필두로 지역개발 호재를 따라 경기도의 집값이 무섭게 폭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판에 GTX 노선을 연장하고 지하철과 철도를 연장·신설하는 개발 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활활 타는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물론 수도권의 교통난은 심각하고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현재 수도권 시도민들의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가. 세대를 불문하고 최우선의 과제가 집값 안정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온통 토건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있으니, 부동산 거품이 일고 집값이 뛰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최우선의 과제인 집값 안정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의 토건개발 공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원선 백마고지~군사분계선 연장사업 조속히 재개, 동서평화고속도로와 서울~연천 고속도로 추진, 39번 국지도의 국도 전환 및 국도 3호선(의정부~연천) 정비로 남북 연계 간선축 형성, 남북 고속철도 연결을 대비해 KTX와 SRT 등을 접경지역까지 운행하는 방안 검토까지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4대강 사업의 이명박’을 능가하는 토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 과연 개발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며 개발에 따른 불로소득 환수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칼럼에서 썼듯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주체(가계, 기업,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통계수치를 훌쩍 뛰어넘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8월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지난 한 달 새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0.4%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전세자금 대출과 잔금 대출 한도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대출 문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부채위기의 발발에 따른 금융위기가 경제 공황으로 번지는 사태에 대한 대책이 급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지사는 장밋빛 개발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 터지기 직전의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크게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집값을 잡으라고 했더니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개발 공약을 남발했던 기억을 연상시킨다.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무엇을 교훈으로 얻었는지 의문이다. 2030 청년들의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의 절망과 분노를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다르다’고 우길 텐가. 그래도 ‘국민의힘 후보보단 낫지 않냐’고 변호할 건가. (2021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