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수출 세계 6위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우리나라가 무기 수출 세계 6위라고 한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 2021, 이하 2021 아덱스) 개막 행사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는 세계 6위의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4년 전보다 네 계단이나 올라선 순위”라고 말했다.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21 아덱스 행사는 역대 최대규모였다. 아시아 최대규모로 열린 이번 행사에 대해 “K-방산 도약의 기회”, “K-방산의 미래”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과연 그런가. 무기 수출 세계 6위라는 주장에 대하여, 그리고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2021 아덱스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살펴보자.

우선 지적할 것은, 문 대통령의 “세계 6위의 방산 수출국”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3월 15일 발표한 ‘2020 국제 무기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무기 수출 세계 9위다. 지난 9월 30일 전경련이 발표한 자료에도 전 세계 방산물자 거래에서 한국의 수출 규모는 세계 9위라고 나와 있다. 문 대통령이 어떤 근거에서 세계 6위라고 했는지 의아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5~20년 5년간 세계 20대 무기 수출국 가운데 수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 기간에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이전 5년(2010~15년) 대비 210% 급증했다. (2000~05년 대비 649% 증가) 한국이 지난 5년 동안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지역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전체 수출의 55%를 차지했고, 유럽 23%, 중동 14%를 기록했다. 한국은 수출뿐 아니라 지난 5년간 무기 수입 규모도 이전 5년(2010~15) 대비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무기 수출 증가는 역대 정부가 무기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무기 수출 세계 7위를 목표로 분쟁 지역에 맞춤형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방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도 국방예산을 더 높게 증액하고 방위산업 육성에 진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방위산업발전법’을 제정하는 등 수출 중심의 방위산업에 주력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1180억 달러(136.6조 원)의 무기가 거래되었다. 무장 폭력과 분쟁 등에서 무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8년에만 약 60만 명에 달했다. 무기 산업은 무력 분쟁과 인명 살상의 희생 위에서 성장한다. 20년 만에 끝난 아프간 전쟁을 보자. 이 전쟁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아프간인 약 24만 명이 사망했고 600만 명 이상의 난민과 실향민이 발생했다. 미군 역시 26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가장 많은 무기를 판매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무기 수입의 74%는 미국산이었다.

지난 20년 사이 세계 5대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록히드 마틴 1235.6%, 레이시온 331.49%, 보잉 974.97%, 제너럴 다이내믹스 625.37%, 노스롭 그루먼 1196.14% 각각 상승했다. 무고한 아프간인과 미군의 희생을 초래한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의 방산업체들은 떼돈을 벌어들였던 것이다. 미국 국방 매체 <디펜스 뉴스>(Defense News)에 따르면, 2020년 세계 5대 방위산업체의 매출액 순위는 1위 록히드 마틴(76조2736억 원)에 이어, 레이시온(75조8095억 원), 보잉(67조8413억700만 원), 제너럴 다이내믹스(44조2179억3000만 원), 노스롭 그루먼(42조9333억9330만 원)의 순서였다.

아덱스의 실체는 무엇인가. ‘전시회’라는 이름의 아덱스는 ‘살상 무기 전시회’이고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죽음의 시장’이다. 2021 아덱스에는 세계 53개국에서 국방장관과 정부 대표단, 주한 대사, 방산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각국의 무기 딜러와 무기 구매 담당관, 군 고위급 장성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였다.

정부는 “아덱스 참석차 방한한 파야드 빈 하메드 알-루와일리 사우디 총참모장과 10월 18일 제2차 한-사우디 국방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국 국방·방산협력 발전방안 및 지역 안보 정세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지난 5년 동안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로,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11%를 차지했다.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주요 무기 수출국들 가운데 하나다.

사우디는 2014년 발발한 예멘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사우디는 시아파 계열인 후티 반군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아랍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하여 반이란 차원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예멘전쟁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2021년 5월 기준 약 13만 명에 달하며 전체 사망자의 4분의 1이 아동이다. 인구의 55%가 식수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0분당 1명의 예멘 어린이가 영양실조, 설사, 호흡기 질환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예멘전쟁은 “역사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받는다.

2019년 유엔인권이사회는 ‘2014년 9월 이래 예멘의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예멘 내전에서 저질러진 무차별 폭격, 저격, 지뢰, 자의적 살인과 구금, 고문, 성폭력, 인도주의적 구호 방해 등 전쟁범죄의 책임자로 예멘 정부군을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을 지목했다. 또한, 전쟁 당사자들에게 무기 판매와 군사적 지원을 한 영국, 미국, 프랑스 등도 전쟁범죄의 책임자로 언급되었다. 전쟁범죄에 관여한 직접적 가해국뿐만 아니라 무기 판매 등의 ‘간접적 연루’ 국가 역시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사우디와 UAE에 무기를 수출해온 한국 역시 예멘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에 간접적 책임이 있다. 2015~19년 동안 한국의 무기 수출 1위 국가가 UAE이며 4위 국가가 사우디였다. 예멘전쟁이 한국 방위산업체의 무기 수출을 촉진한 계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수출된 한국산 무기가 예멘전쟁에서 실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화의 세열수류탄과 LIG넥스원과 한화가 공동 생산한 대전차미사일 현궁이 예멘전쟁에서 쓰이고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지난 3월 예멘의 인도적 위기 대응을 위해 약 1900만 달러(222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예멘 국민을 위해 우리 쌀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쟁범죄 가해국에 살상 무기를 수출해 ‘전쟁 장사’를 하면서, ‘인도적 지원’이라니…. 병 주고 약 주는 기만적인 행태가 아닌가.

“무기 수출 세계 6위”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무기 수출의 전쟁 장사가 무슨 자랑이라고 그걸 치적처럼 내세우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야말로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칭 인권과 평화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 부끄럽다. (2021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