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권 없는 핵무장이라는 코미디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최근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에서 독자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 미국 전술핵 공유론 등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등을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13일에도 ‘미국에 실질적 핵 공유를 요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 우리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 관련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2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 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9.19 군사합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파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가세했다. 김기현 의원은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핵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핵을 제외한 다른 어떤 논의도 현실 회피와 눈속임일 뿐”이라면서 핵무장론을 역설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랫동안 강조했듯이 우리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가져야만 한다. 힘이 있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서 미군 전술핵 재배치 및 핵 공유 등을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여 핵이 탑재된 미 잠수함 등을 한반도 영해 바깥에 상시배치하고 한미 간 핵 공유 협정을 맺는 것이 북핵 위협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핵과 관련한 인기영합적 선동이나 감정적 발언은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 게다가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언동을 남발하고 부추긴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것과는 별개로 핵무장 주장이 과연 얼마나 타당성과 현실성이 있는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보기로 하자. 최근 핵무장 관련 주장들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분류된다. 독자적 핵 개발을 통한 핵무장론,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론, 미국 전술핵 공동운용론 등이다.

첫째, 독자적 핵 개발을 통한 핵무장론은 전혀 타당성과 현실성이 없는 무식한 주장이다. 왜 그런가? 한국은 NPT(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회원국이다.(주1) 이 조약 제9조 3항은 “본 조약상 핵무기 보유국이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기타의 핵폭발 장치를 제조하고 폭발한 국가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에 따르면 NPT에서 핵 보유를 공인받은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 나라뿐이며,(주2) 이들 나라 외에는 핵 보유가 허용되지 않는다.(주3)

독자 핵무장론은 한국이 NPT를 탈퇴하여 독자 핵 개발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론상으로는, 한국이 NPT를 탈퇴하고 나머지 NPT 회원국들이 한국을 조약 외 국가로 인정하면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타당성과 현실성이 1이라도 있는가? 북의 사례를 보면 자명해진다. 북은 1985년 12월 12일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3월 12일 탈퇴 선언과 유보 후, 2003년 1월 10일 재탈퇴를 선언했다. 그 결과 북은 핵실험과 핵무장에 대해 온갖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과 핵보유국들이 한국의 NPT 탈퇴를 예외로 인정할 가능성이 1이라도 있는가? 전혀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독자적 핵무장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에서 독자 핵무장론을 떠드는 무리 중에서 “한국은 미국의 눈치 보지 말고 NPT를 과감히 탈퇴해 핵 개발과 핵무장을 하자”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자가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그리고 NPT 탈퇴에 따른 국제적 제재의 뒷감당을 할 만한 자신과 배짱이 있는가?

둘째,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론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비현실적 주장이다. 국제법적으로 미국은 한국에 핵무기를 제공할 수 없다. 미국의 전술핵은 1991년까지 한반도에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그해 7월 미국과 소련이 핵 감축 조약(START)에 합의했고, 미국은 9월 ‘대통령 핵 구상’에 따라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 파기와 감축을 선언하고 한국에서 핵무기를 철수했다. 이에 맞춰 당시 노태우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고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또한,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는 NPT의 핵무기 비확산을 어기는 것이다. NPT 제1조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의 직간접적 양도 금지”(주4)와 제2조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에 대한 직간접적 양수 금지”(주5)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소 간 조약과 NPT 조약을 어기고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1이라도 존재하는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떠드는 무리는 그들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가를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대체 미군의 핵무기를 한국 땅 어디에 배치하겠다는 것인가? 자기 집 안마당에 배치해도 되는가?

셋째, 미국 전술핵 공동운용론 역시 전혀 현실성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핵무기를 공동운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핵보유국들은 핵전력의 운용을 다른 나라와 협의하여 결정하지 않는다. 핵무기의 사용 결정권을 공유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나토 식 핵 공유론을 예로 들지만, 나토와 한미군사동맹은 성격과 위상이 전혀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안보공동체이기 때문에 나토의 핵 공유가 가능하지만, 한미관계가 과연 그런 관계인가?

게다가 나토의 핵 공유도 알고 보면 온전한 핵 공유라고 보기 어렵다. 나토에는 핵기획그룹(NPG)이 설치돼 운용되고 있다. NPG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전술핵 운용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핵전략을 조율하는 기구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다. NATO의 연합 군사작전을 위한 최고사령부인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역대 최고사령관은 미군 장성이 역임해 왔고, 역대 부사령관은 영국군 또는 독일군의 장성이 맡아왔다. 따라서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설령 나토 식 핵 공유가 이뤄진다고 해도 미국의 핵무기를 온전히 공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미국 전술핵 공동운용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미국 정부에게 전술핵 운용을 공동으로 하자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아니면 한미동맹을 재검토하겠다고 용감하게 따질 수 있는가? 대한민국에 그런 정치인이 과연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런 황당하고 무책임한 주장을 퍼뜨리는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의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실로 허망한 건, 그런 허무맹랑한 주장들에 대해 일일이 따지는 일 자체가 부질없는 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군사주권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주권도 없는데,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설령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군사주권도 없으면서 독자 핵무장을 떠벌리는 건 가당찮은 헛소리로, 지나가는 소가 비웃을 일이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미국 핵을 제 것인 양 재배치니 공유니 하면서 떠들고 있는 건 또 어떤가? 황당무계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2022년 10월 17일)

주1)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 북 등 5개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국가가 NPT 회원국이다.

주2) 이 5개 나라가 국제연합(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주3)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은 NPT 회원국이 아니며, NPT 제도권 밖에 있는 핵보유국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불린다.

주4) 제1조.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를,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에게든 양도하지 않는다. 또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그러한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 관리하는 일을 어떤 방법으로도 원조, 장려 또는 권유하지 않는다.

주5) 제2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체결국은 핵무기나 여타 핵폭발 장치를, 또는 그러한 무기나 장치의 관리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누구로부터도 양도받지 않는다. 또한 스스로 그런 무기 또는 장치를 제조, 획득하지 않으며, 제조에 필요한 원조를 구하거나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