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조장하는 자들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적용이 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맞벌이 부부의 가사 해방이 저출산 문제의 작지만 강한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대한민국에서도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 직군이다. 따라서 제가 발의한 법안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조 의원의 발언이 맞는지 살펴보자. 먼저, 현행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은 지난 2021년 5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고,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가사근로자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가사도우미는 가사노동자로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법으로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 직군”이라는 조 의원의 주장은 틀렸다.

물론 정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얼마나 되지 않아 실제로는 대다수 가사노동자가 가사근로자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과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전혀 다른 얘기다. 조 의원의 주장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가사근로자법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자기 임기 때 통과돼 적용되고 있는 현행 법률인 가사근로자법을 부정하는 것을 보면, 과연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국제노동기구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보자. 국제노동기구는 1958년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ILO 협약 제111호)을 채택했으며, 우리나라도 1999년에 비준했다. 이 협약 1조는, 차별을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국 또는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모든 구별·배제 또는 우대로서, 고용 또는 직업상의 기회 또는 대우의 균등을 부정하거나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한다.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 적용이 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위한 법안’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만 ‘출신국’을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로 하자는 것이므로 의심의 여지 없이 국제협약 위반이다. 국제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조 의원의 억지는 국문 문해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황당한 궤변에 불과하다.

3월 21일에 왜 하필 이런 국적 차별 법안을 발의한 것인지 그 정치적 동기 자체가 매우 불순해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듯이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주1) 조 의원을 비롯해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설마 이날이 어떤 날인지를 몰랐을 리 없을 터다. 그런데 그들은 굳이 이날을 택일하여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걸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은 발의 하루 만에 철회됐다가 같은 날 재발의됐다.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법안 발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이 이탈하고 대신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바로 가세했다. 인종차별적 착취를 제도화하는 이 개정안은 우리 헌법과 관련 법률, 그리고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국회 통과는 가당치도 않다. 그런데 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에 맞춰 이런 인종차별적 법안을 발의했다. 고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25만 명이고, 장기 체류 이주민은 약 169만 명에 달한다. 행정안전부가 2022년 10월 31일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이 1만 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 총 86곳으로 40%에 육박한다. 이처럼 이주민은 이미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엄연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인종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이 높지 않고, 인종차별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태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과 인권유린 행위가 빈번하다. 대구에서는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건설현장 앞에 돼지머리와 족발 등을 늘어놓고 공사장 앞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거나 수육 파티를 벌이면서 공공연히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지난달 전북 고창에서 불을 피웠다가 질식해 숨진 태국 이주노동자 부부와 경기 포천의 돼지농장에서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가 농장주에 의해 사체가 유기된 태국 이주노동자의 사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인종차별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차별행위이다. 유엔은 한국의 이주민 차별과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6일 한국에 대한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이달 10일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조치를 취하고, 이주민에 대한 편견, 허위 정보 유포 및 낙인 방지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 및 사유 제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것” 등을 권고했다.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을 통해 박해하는 것은 불의한 위정자들이 동원하는 전형적인 통치 수법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고 국적과 인종에 따른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즘이다. 민심 이반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혐오와 차별의 분풀이로 조작하려는 교활한 술수인 것이다. 불평등 심화와 민생 파탄, 고령화와 저출산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현안들이 이주민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가. 단지 위정자들에게는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할 따름이다. 인종, 국적, 성별, 종교 등으로 편을 갈라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혐오와 차별의 적대감을 부추기기에 맞춤한 표적의 희생양이 이주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인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와 적대감을 유포하는 것은 ‘증오범죄’(hate crime)이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은 1969년에 발효된 유엔 협약이며, 우리나라도 1978년 12월에 비준하였다. 이 협약은 인종주의 전파·인종적 증오 고취·특정 인종에 대한 폭력 행동 선동을 금지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인종차별을 촉진하거나 고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은 대표적인 공공단체이며,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정당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주2) 만약 정당이 인종차별과 혐오 정치를 조장한다면 증오범죄를 자행하는 범죄단체와 다를 게 없다. 범죄단체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게다가 증오범죄가 뭔지도 모른 채 자기들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범죄의식 자체가 없는 범죄단체라면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뿐 아니라 특히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조장하는 법률을 공동 발의한 것은 절대로 묵과해선 안 될 일이다. (2023년 3월 27일)

※주1.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며 평화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향해 경찰이 발포함으로써 69명이 희생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유엔은 1966년 총회에서 매년 3월 21일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주2.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헌법 제8조) 2022년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규모는 1420억 원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685억 원, 국민의힘 603억 원, 정의당 95억 원, 국민의당 18억 원 순이었다. 국회의원이 조정훈 의원 1명인 시대전환도 6928만 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