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역전된 대통령 직무 평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1년을 맞이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33%, 부정 57%였다.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52%, 부정 평가는 37%였다. 1년 만에 평가가 완전히 정반대로 역전되었다. 2030 청년층의 반전 평가가 눈에 띈다. 1년 전 18~29세는 긍정 45%, 부정 41%였고, 30대는 긍정 54%, 부정 38%였다. 1년 뒤 18~29세는 긍정 13%, 부정 66%다. 30대는 긍정 26%, 부정 69%다. 2030 민심이 1년 만에 완전히 거꾸로 뒤집혔다. (※주1)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성적과 비교해 보자. <한국갤럽>의 긍정 평가 수치를 보면, 노태우 45%, 김영삼 55%, 김대중 60%, 노무현 25%, 이명박 34%, 박근혜 57%, 문재인 78%였다. (※주2) 윤 대통령의 1년 성적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해 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의 여론 변화 추이를 보면 뚜렷한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상황의 고착화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첫째 주 긍정 37%, 부정 49%로 첫 역전이 발생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긍정이 부정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 둘째, 20%대 지지율 추락이 자주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이후 20%대 지지율이 모두 13번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7월 말 30% 아래(28%)로 처음 떨어졌고, 지난해 8월 초와 9월 말(방미 때 비속어 논란)엔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 셋째,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안 되었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통해 정상 외교를 펼칠 때면 지지율이 상승해 긍정이 부정을 앞섰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오히려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뒤바뀐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 악화와 민생 위기가 첫손에 꼽힌다. 무역적자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가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되는 건 1995년 1월부터 2년 5개월간 연속 무역적자가 난 이후 처음이다. 한때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이 올해 들어 최대 적자국으로 바뀌었다. 2000년 이후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본 적 없었다. (※주3) 그런데 올해 4월까지의 대중 무역적자는 100억 달러를 초과했고(101억7000만 달러 적자), 전체 무역적자(250억2000만 달러)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윤 정부의 ‘탈중국’ 정책이 대중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취약계층을 위해 세수를 확대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반면 윤 정부는 작은 정부, 시장주의, 감세를 앞세우며 재벌부자 감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재벌특혜와 부자감세는 재벌과 부자에게 부를 집중시키고 불평등 양극화를 심화함으로써 민생 위기를 가속화한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4분기(10~12월)에도 1.1% 감소했다. 1월 경제고통지수(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한 값)는 8.8(실업률 3.6%+물가 상승률 5.2%)로 집계돼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다.

<한국갤럽>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셋째 주 ‘앞으로 1년간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조사에서, 25%가 좋아질 것, 40%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집권 1년을 맞아 지난달 셋째 주에 실시한 조사에선, 12%가 좋아질 것, 62%가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낙관적 전망은 절반으로 줄었고, 비관적 전망이 22%포인트나 증가했다. ‘앞으로 1년간 살림살이 전망’에 대한 조사에서도, 좋아질 것 20%→15%, 나빠질 것 22%→34%로 나타났다. 그러니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을 압도하는 민심은 필연적인 귀결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1년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야당 대표를 1년이 되도록 안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여야정 협의체 가동 등 대화를 거듭 제안했는데도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야권 지도부와 단 한 번도 회동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다수파인 야당에 대해 대화와 타협 대신 적대적 낙인찍기와 검찰 권력을 동원한 강경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압수수색, 기소가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야당은 범죄집단으로 매도되고 정치는 실종되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윤 대통령은 공공연한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6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자.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의회주의는 국정 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입니다.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습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이 정말 이런 말을 했던 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뻔뻔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국무위원들에게 “바깥에서 불편하고 듣기 거북한 훈수도 들어보라”고 당부했다.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본인은 불편한 훈수에 완전히 귀를 닫은 채 야당 지도부도 일절 안 만나고 신년 기자회견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가. 철면피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을 압도할 수밖에 없을 터다.

내치뿐 아니라 외교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초당적 외교 기반 조성 노력이나 의회에 외교 과정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지 않으며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오로지 본인의 역사적 결단만을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늘 화난 표정이고 얼굴엔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차 있다. 대통령의 외교 실책에 대한 비판을 ‘설령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비판해 그렇게 망신 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한다. ‘바이든’ ‘날리면’ 소동이 대표적이다. 언론과 야당에 재갈을 물리고 자유를 억압하는 제왕적 권위주의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반면에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중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를 때는 만면에 미소가 넘쳐났다. 또한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두 차례 회동 장면도 화기애애하기 그지없었다. 정작 우리나라 언론과 야당, 그리고 국민에겐 화를 내고 분노를 터뜨리면서도 다른 나라에 대해선 유별나게 친절하고 칭찬 일색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일본 방문 뒤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일본은 국익을 위해 여야 없이 한 몸인데 반대만 하는 한국 야당 보기가 부끄럽다”면서 “일본은 초당적 대처를 하는 것 같아 그런 점은 참 부럽다”고 말했다. 적반하장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 야당’을 설득하려고 직접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일본 야당’은 만났다. 그래 놓고선 한국 야당을 비판하고 일본 야당을 칭송하고 있다. 한국 야당을 부끄러워하고 일본 야당을 부러워한다.

스스로 자기를 비하하고 남을 칭송하는 사고는 식민지 근성의 발로이다. 식민지 근성이 얼마나 골수에 사무쳤으면 대통령이 일국의 장관들이 모인 국무회의에서 (※주4) 한국 야당을 비판하고 일본 야당을 칭송한단 말인가.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토록 식민지 근성에 절은 극언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이니 직무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