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금지는 헌법 위반이며 탄핵 사유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국민의힘이 22일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회·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을 신설해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이 하루 전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그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집회 금지는 헌법 위반이다. 헌법재판소는 야간집회 금지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2009년 9월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집회를 허가 또는 불허하는 조항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주1)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 자체에서 직접 제한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헌법적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 집회 금지는 이미 위헌으로 판결이 났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은 공공연히 위헌적인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집회·시위를 강제 해산하겠다는 것도 위법이다. 미신고 집회·시위라도 강제 해산하는 것은 헌법상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다. 대법은 2012년 5월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어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부당하다”면서 “시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하게 위험이 초래된 경우’라 함은 방화·재물손괴 등 폭동 수준의 위험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은 공공연히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위법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입법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또 입법은 입법부 소관이지 행정부 소관이 아니다. 현재 입법부에서 국민의힘은 소수 정당에 불과하고 단독 입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당이 공언한다고 하여 위헌·위법의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위험한 것은 정부의 위헌적·위법적 발상 그 자체이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입법을 통해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은 행정편의주의를 악용한 행정부 독재를 우려하게 만든다. 입법이 안 돼도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공권력을 불법 동원하고 행사할 위험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지 않고 위험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2일에 걸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며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집회 강제 해산을 경찰에 지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25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며 “적극 행정으로 결정되면 징계 요구 없이 즉시 면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징계 안 할 테니까 집회·시위를 최대한 강력히 진압하라’고 전국의 경찰에 지침을 하달한 것이다. (※주2) 그리고, 경찰은 이날 ‘불법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개시했다.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단했던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경찰은 다음 달 12일까지 이 훈련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은 단지 훈련으로 그치지 않았다. 집회 강제 해산 및 검거라는 공권력 행사가 실제로 벌어졌다. 경찰은 2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개최하려던 야간문화제를 강제 해산하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가 문화제를 가장한 불법집회이고, 대법원 앞 100m 이내는 집회 불가 지역이라 강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 앞 집회는 헌재가 2018년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가급적 허용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다. 그간 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촉구하며 노숙 농성을 했고, 경찰과 사전협의 등을 통해 마찰 없이 진행해 왔다. 대법원 앞에서 열렸던 수많은 문화제에 대해 경찰은 한 번도 불법집회라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불법집회로 뒤바뀌어버렸다. 대통령이 제왕인가. 대통령은 법 위에 초법적으로 군림하면서 법을 해석·판단하는 사법적 권한까지 행사하는 제왕이 아니다.

이전까지 경찰은 야간 집회라도 폭력성을 띠지 않으면 강제 해산을 하지 않았다. 25일 집회에서 폭력 행위가 없었다는 점은 경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법원도 이런 경우 경찰의 강제 해산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해산을 하면서도 ‘강제 해산이 아닌 해산 유도’라고 강변했다. 경찰 스스로 강제 해산이 불법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유치한 말장난도 아니고 기가 찬다.

정부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격에 나선 계기는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다. 문제는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가면서 집회의 자유 자체를 제한·금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집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예컨대 쓰레기 투기, 고성, 차로 점거 등은 범칙금 부과 등 관련 법에 따라 적정한 처분을 하면 된다.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집회 자체를 제한·금지할 게 아니라 관련 기준을 조정하면 될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집회의 자유 자체를 제한·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다.

1987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없는 군사 독재국가였다. 자유의 상징이라는 대학교 교정에서도 집회가 금지돼 있었고, 학내에 전투경찰이 상시 주둔하고 진압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집회가 열리면 쇠 파이프를 든 백골단과 지랄탄, 직격탄, 사과탄 같은 각종 살상무기급 최루탄을 쏴대는 전경대가 들이닥쳐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지곤 했다. 무자비한 폭력 진압 과정에서 연세대 이한열 열사처럼 숨지거나 다치는 희생자들이 줄을 이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쟁취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낮이든 밤이든 누구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리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설사 미신고 집회라고 해도 폭력·파괴 등의 중대한 불법 행위가 없는 평화적 집회라면 강제 해산할 수 없으며 누구나 집회·시위의 권리를 자유롭게 만끽하는 민주주의 선진국이 된 것이다. 2016~17년 촛불항쟁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만발한 민주주의의 꽃이었으며, 세계를 감동케 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집회·시위를 제한·금지하고 강제 해산하겠다고 선언하고 행동에 나섰다.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고 최루탄과 폭력이 난무하는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건가. 대통령이 앞장서 위헌·위법을 공언하고 제왕처럼 행세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정질서의 민주주의 파괴이며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헌법 위반은 가장 중대한 대통령의 탄핵 사유이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2023년 5월 29일)

※주1. 헌법 21조 2항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2. 윤 청장은 정권의 충견으로 전락한 경찰 총수의 추악한 민낯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집회·시위를 강제 해산하다가 만일에 사고라도 발생하면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책임질 텐가. 모든 책임을 일선 경찰에게 떠넘기고 책임 회피할 거라는 사실은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진작에 확인되었던 바다. 대통령은 여태 사과 한마디 없고, 윤 청장 자신은 이미 그때 파면돼 마땅한 인물이다. 그런데 아직도 자리를 보전하면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는 꼴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