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월간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뉴스가 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서 6월 무역수지가 11억3천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낸 건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였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전(1995년 1월~1997년 5월) 기록한 29개월 연속 적자 이후 최장기 적자였다.

6월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건 다행이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의 내막을 살펴보면 마냥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6월 수출액은 542억4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줄어들었다. 월간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건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뜻이다. 6월 수입액은 531억1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7%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의 2배 수준이다. 수출이 감소했으나 수입 감소 폭이 더 커서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셈이다.

수출입이 줄어든 것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영한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28.0%), 석유제품(-40.9%)·석유화학(-22.0%) 등의 수출이 줄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가 38.8% 감소했다. 자동차(58.3%), 일반기계(8.1%), 선박(98.6%), 이차전지(16.3%) 등 7개 품목 수출은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이 105억 달러로 작년보다 19.0% 감소했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작년 10월 이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입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감소와 에너지값 하락 요인이 컸다. 6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99억9천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27.3% 줄었다. 에너지 이외에 반도체(-19.5%), 철강(-10.2%)을 비롯한 원부자재 등 에너지 제외 품목의 수입도 7.1% 감소했다. 원부자재 수입 감소는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을 반영한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수출은 3073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3% 감소했고, 수입은 3336억 달러로 7.7% 줄었다. 상반기 전체 무역수지는 26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별 상반기 수출을 보면, 중국(-26.7%), 아세안(-20.7%), 중남미(-14.6%) 수출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전체 수출의 19.7%(6월 기준)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 회복이 중요한 변수임이 새삼 확인된다. 반면 미국(0.3%), 유럽연합(EU·5.7%), 중동(14.3%) 수출은 늘었다.

6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하반기에도 고전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2023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을 통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무역수지 전망에 대해 무역협회는 12억 달러, 산업연구원은 60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다.

기업 상황보다 더 어려운 경제 주체는 가계이다. 가계대출자 300만 명은 빚 갚는데 소득의 70%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서 확인된 수치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 1977만 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40.3%로 집계됐다. (DSR은 차주의 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40%이면 연 소득의 40%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는 차주,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DSR 40% 이내에서만 대출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대출받은 차주나, 40% 규제에 맞춰 대출을 받았지만 이후 금리가 올라 이자가 늘어난 차주는 DSR이 40%를 초과할 수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DSR이 100% 이상인 가계대출 차주는 전체의 8.9%(175만 명)에 달했다. DSR이 100%이면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써야 하고, 원리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0원이다. DSR이 70% 이상~100% 미만인 차주는 전체의 6.3%(124만 명)로 집계됐다. DSR 70% 이상인 차주가 전체의 15.2%(299만 명)에 이른다. DSR이 70% 수준이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299만 명이 사실상의 ‘한계 가구’인 셈이다.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 등 정책당국에서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으면서 △처분 가능한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한계 가구’로 정의한다.)

지난달 말 한은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3.9조 원이다. 가계대출이 1739.5조 원(가계부채의 93.8%), 외상거래인 판매신용이 114.4조 원(6.2%)이다. 가계부채는 전년동기대비 0.5% 줄었으나 4월 들어서는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어 2/4분기 중에는 1/4분기에 비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3.4%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자. 당시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85%를 넘어선 뒤 계속 높아져 위기의 정점이었던 2008년 98%까지 치솟았다. 결국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정부가 부채 축소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가계부채 비율은 2011년 80%대로 낮아졌고, 2014년 70%대로 떨어졌으며,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도 가계부채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했다.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으로 40조 원을 대출해준 것도 모자라, 역전세 대란 사태가 벌어질 위기에 처하자 급기야 ‘전세퇴거자금대출’까지 풀겠다고 한다. 대출 늘리기는 부채 증가이며, 부채가 증가하면 위기는 더 커질 텐데,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올해 미국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그것도 연속해서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네 차례 남은 통화정책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 총재도 긴축 고삐를 죌 것으로 보여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래서 한은도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린 뒤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만일 연준이 두 번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 차는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부채 위기를 키워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이 증가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 강달러 국면이 다시 온다면, 외국자본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도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했다. (2023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