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이전투구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권력투쟁이 갈수록 가관이다. 두 사람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부당한 조치”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6일 법무부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윤 총장이) 선을 넘었다.” “그런(수사지휘권 발동이 위법하다는)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고 했어야 한다.”면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지난달 국정감사 발언 후 윤 총장은 지난주 대전고검·지검 방문에 이어 3일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새로 부장검사로 승진한 3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식사를 함께할 계획이다. 윤 총장의 검찰 세 규합 행보이다. 추 장관은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에 대하여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면 개혁만이 답이다.”라고 즉각 응수했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고 투지를 밝혔다.

이 정도면 진흙탕 개싸움이나 다를 게 없는 노골적인 권력투쟁이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옹호했다. 윤 총장은 자진 사퇴 의향을 묻는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면서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추 장관도, 윤 총장도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공개적인 권력투쟁이 계속되고 윤 총장 반대와 지지로 정치권이 갈려 싸우고 있는데도, 정작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은 입장 표명이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판국에 국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 사태에 대해 입장 표명 없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원론적인 말만 하며 뒷전에 있을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이 사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인사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다.

지금 정부 안에서 볼썽사납게 권력투쟁이나 벌이고 있을 때인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 고위 공직자 부동산재산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1급 이상 전·현직 공무원 35명의 1인당 평균 부동산재산신고액은 16억6천만원으로 전국민 평균 3억원의 다섯 배를 초과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고위 공직자들이 보유한 아파트 한 채당 가격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 7억8천만원에서 지난달 기준 12억9천만원으로 5억1천만원(65.1%) 상승했다.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아파트값이 정권 초기에 비해 각각 40%, 43%씩 크게 올라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국무총리실 소속 고위 공직자들의 아파트값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운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불로소득만을 챙겨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문 정부는 ‘불로소득주도 성장’을 하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3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4억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3% 올랐고, 수도권은 8.21% 급등했다. 9월의 서울 아파트 가격도 전년 동기대비 11.52%, 수도권은 9.54% 상승했다.

그런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발생한 집값 폭등의 책임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렸다. 최 수석은 2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때 부양책으로 했던 정책들, 전세 얻을 돈으로 집 사라고 내몰다시피 했다든가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줘 집값이 올라갔다. 그 결과는 이번 정부가 떠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궤변이다.

임대사업자 혜택은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가 더 적극적이었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막대한 특혜는 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임대사업자 대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 대책을 기점으로 임대주택사업자는 2018년 33만명에서 올해 5월 52만명으로 급증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한 것은 현 정부의 무능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 수석은 지난 4.15총선 때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이생집망, ‘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라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와 검찰이 사생결단의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게 제정신인가?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 지난 10월에만 6명, 올해 과로사한 택배 노동자가 14명이다.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탓에 언제 계약 해지를 당할지 몰라 불안해 하며 택배사와 대리점주의 횡포에 시달려 왔다.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제도 적용 받지 못한다. 산재보험도 일반 노동자들의 경우 산재보험료 전액을 사용자가 내는 것과 달리 택배 노동자들은 50%를 자부담해야 한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열악한 근무조건이 알려지면서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택배산업은 그동안 급성장했다. 2000년 전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2.4회에서 2019년 53.8회, 15세 이상 국민 기준 1인당 연간 5회에서 99.3회로 급증했다. 택배 물량과 그에 따른 매출액 역시 2000년 약 2억개·6466억원에서 2019년 25억4천만개·6조3303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택배 물류량이 예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택배업계 점유율 약 75%를 차지하는 ‘빅3’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420억원, 527억원, 16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30% 급증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대책 수립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형식적인 근로감독만을 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는 11월 중에나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과연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된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택배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려면 정부가 말로만 필수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외울 것이 아니라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 민생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민생과 동떨어진 권력투쟁으로 날을 샌다면 노동자·민중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추 장관도 윤 총장도 서로 싸우려거든 공직을 그만두고 싸우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왜 고위 공직을 차지하고 앉아 혈세를 써가면서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인사권자가 결자해지해야 마땅하다. (2020년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