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상 부족과 정부의 책임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30명라고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1~2차 유행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발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는데도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겨울철이라는 요인도 겹쳐 설상가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려면 한주 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에서 1천명 발생하거나 2.5단계 상황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지난 6~12일 한주 간 해외 유입을 뺀 하루 평균 지역 감염 사례는 719.6명으로 집계됐다. 만약 13일, 14일 이틀 연속 854명 이상 국내 확진자가 나오면 8~14일 한주 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800명을 넘어서 3단계 격상 요건이 된다.

3단계가 시행되면 병원, 약국, 주유소 같은 필수시설 이외에는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게 된다. 결혼식장, 영화관, 공연장, 피시방, 오락실, 학원, 놀이공원, 이미용업소 등도 문을 닫아야 한다.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과 행사가 금지된다. 정부 기관이나 정유, 전력 등 기반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에서 재택근무(최소 인력 제외)가 의무화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봉쇄(셧다운 shut-down)에 해당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무엇보다도 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병원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상을 찾지 못한 환자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2일 기준 전체 중환자 병상의 88.5%가 차 중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62개 남았다. 수도권에는 중환자 병상이 13개밖에 남지 않았고, 서울에는 겨우 4개 남은 상태다.

수도권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중수본에 따르면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도 수도권 기준 440개 병상만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대기 중인 확진자가 580명이며, 전날에 비해 65명이 늘었다. 자택 대기 후 하루가 경과한 환자는 218명, 이틀 이상 대기자도 56명에 이른다.

어째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 정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아니다. 병상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당 병상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요양병원을 제외한 치료 병상만 30만개가 넘는다. 중환자 병상도 1만개에 달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성인용 중환자 병상만 따져도 6천개가 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확보한 중환자 병상은 12월 10일 기준으로 206병상이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중환자 병상의 고작 2%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인구당 병상 수가 가장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뒤늦게 병상 확보한다고 법석이다. 정부가 병상 확보를 안 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문제의 원인은 공공병상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8.9%로, 전체 병상의 90% 이상을 민간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감염병 확산세가 급격히 번지면 정부는 매번 병상 확보에 허둥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진작부터 공공병상의 확충을 누차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다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뒷북치기에 바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어가고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공공병원 병상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치료 병상과 인력 확보 등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공중보건위기 상시화에 대비한 의료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발표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신축 또는 증축의 방식으로 전국의 약 20개 지방의료원을 병상 400개 규모로 만드는 등 공공병원 병상 5천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서 예산이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밝혔듯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올해 대비 감액되었으며,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기능 강화에 쓰일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도 삭감되었다. 내년 예산에서 공공병상 확충 예산은 고작 15억원이 전부다. 증축 설계 예산 고작 15억원을 편성해 놓고서 과연 무슨 수로 공공병원 병상을 확충한단 말인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내년이면 사실상 끝나는데, 2025년까지 어떻게 정책을 실현한단 말인가? 전혀 현실성 없는 정책이다.

공공병원 병상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무책임성과 비현실성과는 별개로, 지금 당장 정부가 취해야 할 긴급 대책은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3개 공공병원과 경기 평택의 박애병원 등 2개 민간병원을 코로나19 거점 전담 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 산하 서울 중앙보훈병원의 재활 병동 일부도 확진자 전담 치료 병상으로 전환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대기 시간이 하루를 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공병원, 민간병원 따지지 않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나서고 있다. 급한 응급환자가 아니면 입원과 수술을 뒤로 미루고 중환자실 전체 병상의 70~90%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다시피 떠맡고 있으며, 민간병원은 일부 중환자 치료를 감당했을 뿐이다. 병원마다 수천 병상과 충분한 의료 인력 및 시설을 갖춘 거대 민간병원 ‘빅5’와 대학병원들은 코로나 사태에서 남의 일처럼 비켜나 있다. 겨우 2% 수준의 중환자 병상만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고 있으면서 병상이 부족해 의료체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난리법석이다. 과연 정부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돼 최종 조처인 3단계 거리두기가 검토되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시급히 병상 확보에 나서야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에는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규정돼 있다. 이 법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의료업자 및 그밖에 필요한 의료관계요원을 동원하고,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할 수 있다.

정부는 말로만 의료 붕괴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 맞게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장 발등의 불인 수도권 병상 부족부터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대형 민간병원을 동원하여 치료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 대형병원 눈치를 보느라고 민간병상 동원을 차일피일 미루다간 큰일 난다. 한시가 급하다. 코로나19 병상 확보는 정부의 책임이다. (2020년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