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경질, 갈수록 태산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집값 상승이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값이 0.27% 뛰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 폭이었다. 그런데 12월 둘째 주에는 0.29%가 상승해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깼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원상회복”을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잡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실효를 다했다라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집값은 더 가파르게 폭등했다. 문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과 “강력한 대책”은 빈말이었나? 아니면 의지는 있으나 무능한 탓인가?

민심이 심상치 않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경질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담당 장관을 문책하고 교체하면 집값 폭등이 진정될까? 부동산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 ‘투기꾼 탓’으로 돌리면서 기껏해야 ‘핀셋 규제’만 남발해봐야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현재 부동산 규제 지역만 총 111곳,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절반이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여있다. 그런데도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23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부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눈앞 깜깜한 종부세 고지서.. “연봉 토할 판”> <‘종부세 고지서’ 폭탄 날아왔다…“집 두채 가졌는데 7배 뛰어”> 등 기사를 쏟아냈다. 종부세가 7배 뛰었다며 인용된 사례는 지난해 종부세 10만원을 냈다가 올해 70만원을 낸 서울 양천구 목동의 2주택자 얘기였다. 종부세 고지 대상자는 전 국민의 1.3%, 66만7000명이다. 일부 언론이 ‘종부세 폭탄’ 운운하는 것은, 종부세 고지서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종부세 한번 내보는 게 소원인 절대다수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짓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택을 많이 소유한 서초구의 ㄱ씨는 무려 753채 주택을 소유하고, 그 뒤를 이어 강서구의 ㄴ씨가 591채, 마포구 ㄷ씨가 586채를 소유하고 있다. 전국 임대주택 등록 상위에 속한 임대사업자 30명이 갖고 있는 주택 수는 총 1만1836채, 1인당 평균 394.5채다. 또 주택보유 수 최상위 1%의 임대사업자(4794명)가 전체 임대주택의 17.4%(25만3121채)를, 상위 10%의 임대사업자(4만4756명)가 전체 임대주택의 51.1%(74만4563채)를 각각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집 부자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사업으로 등록한 집에 대해서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7백채, 5백채를 갖고 있어도 종부세가 0원이다. 불법이나 탈세가 아니다. 집 부자 임대사업자들은 종부세 고지 대상이 아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어째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사상초유의 세금특혜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종부세 비과세 특혜를 연장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세금을 감면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업자에게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혜택 일몰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해주고,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70%를 적용하며, 심지어 건강보험료도 덜 내게 깎아줬다. 한술 더 떠서 다주택자의 주택매집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의 80%까지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특혜를 베풀었다.

그러자 임대사업자가 급증했다. 2016년 6만여명이었던 서울지역 임대사업자는 2020년 6월에 17만명으로, 전국적으로는 2016년 17만1223명이던 임대사업자 수가 2020년 6월에는 49만여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임대사업자 수가 늘어난 데 비례하여 전국의 임대주택 수도 55만채에서 147만채로 급증했다. 온갖 세금특혜에다가 저금리로 주택구입자금까지 대출해주자 부자들은 경쟁적으로 주택매집에 나섰다. 그 결과 집값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한 것이다.

집값 폭등의 원인이 이러하므로 집값 원상회복의 대책은 어렵고 복잡할 게 없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철회하면 되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를 위한 세금특혜를 폐지하면 임대주택의 상당수가 매도로 나오고 집값은 원상회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난 7월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기 등록된 임대주택은 기간 만료 시까지 세제혜택을 보장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기가 차다.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의 특혜 감싸기에 급급한데, 부동산 대책을 24번 발표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한국은 가계자산의 76%가 부동산 관련 자산이고 주택자산이 50%를 넘는다.(한국은행, ‘2018년 국민대차대조표’) 자가 보유 가구가 61%지만, 수도권의 자가 보유율은 54%에 불과하다. 집값 폭등은 자산 불평등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의 박탈감을 키우는 화근이다. 부동산 정책에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부동산 정책이다. 어느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나 비슷하다. 한국갤럽 12월 셋째 주 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0%), 전반적으로 부족하다(12%), 코로나19 대처 미흡(11%), 법무부·검찰 갈등(8%),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7%), 독단적/일방적/편파적(6%), 공정하지 못함/내로남불(3%) 등을 꼽았다.

부동산 담당 장관을 교체하면 부동산 정책이 나아질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 취임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구설수에 올라있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6월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에서 공유주택 입주자를 언급하며 “못 사는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비하했다. 또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변 후보자는 “위탁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 군)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변 후보자는 뒤늦게 사과에 나섰다. 그는 지난 18일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한다.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라고 달랑 세 문장짜리 사과문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정부부처 중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건설업을 관장한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구의역 김 군의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감독기관이다. 산재사고로 노동자들이 죽으면 ‘걔들의 실수’로 책임을 전가하고,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텐가? 갈수록 태산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지회,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청년전태일 등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의역 김 군의 죽음을 모욕한 변 내정자는 즉각 장관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