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부동산 문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의 첫 번째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집값 급등에 대해 “그동안 부동산 투기 억제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공급을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을 취임 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무섭게 뛰어 대통령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지수는 10.7%, 전국 주택 가격은 8.35%나 올랐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이 4033만 원을 기록, 2013년 4월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1년 새에 20% 넘게 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특단의 부동산 공급 정책은 국토교통부가 설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공공의 참여와 주도를 더 늘리고,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을 통해 부동산의 공급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서울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재개발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안은 실패가 예견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7%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라 2012년 101.1%, 2014년 101.9%, 2016년에는 102.6%로 집계됐다. 집이 부족한 게 아니다. 2200만 채 중 1주택자는 1300만 명이고, 나머지 900만 채는 2주택 이상 소유자가 갖고 있다. 2019년 2주택 이상 소유자는 228만 명으로, 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보다 16만 명이 늘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연도별 준공실적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량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계속 늘었다. 전임 정부들의 준공실적과 비교할 때 심지어 2배 이상 공급이 늘어난 해도 있었다. (2015년 22573호, 2019년 45630호, 2020년 11월까지 집계 50554호) 서울의 아파트값이 폭등한 원인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게다가 주택공급을 늘려봐야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서울의 웬만한 신축 아파트는 10억원이 넘는다. 돈 없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고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러니 부동산 개발은 투기꾼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개발 호재일 뿐이다. 정부는 2019년 3기 신도시 공급, 지난해 5월 공공재개발, 8월 공공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원상복귀,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등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는 공급 대책은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횡재만 안겨준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하나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개발 호재를 노리는 투기 붐이 일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분양가상한제를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

정부가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첫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동작구 흑석2구역, 영등포구 양평 13, 14구역, 동대문구 용두 1구역 6지구, 신설1구역 등으로 예상 세대수는 4.7천호 규모다. 이들 사업지에는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온갖 특혜가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공공재개발이라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면제된다. 분양가상한제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 공공재개발이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것도 정책의 실패를 예견케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정책이고 집값 폭등의 원인이라는 데 대해선 이미 지난달 칼럼에서 지적했었다. (12월 21일 칼럼 ‘국토부 장관 경질, 갈수록 태산’)

정부는 지난해 7월에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자 기획재정부는 8월 7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기존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합산 배제란 비과세를 말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란 임대사업자에게는 종부세를 안 내도 되는 면제 혜택을 준다는 뜻이다. 주택 소유자는 매년 과세기준일(6월 1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6억원(1세대 1주택은 9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는 임대 개시일 또는 최초 합산 배제 신고 연도의 과세기준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면 종부세가 면제된다. 집을 수십 채 혹은 수백 채를 소유해도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도 되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에 주택 26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ㄱ씨의 경우 2020년 기준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19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시가격 총액이 148억원에 달하지만, 그는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임대사업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은 현재 가격이 아니라 임대업 시작 당시의 공시가격이다. 임대사업자 ㄱ씨는 임대를 시작할 당시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 19채를 사들여 임대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이런 특혜는 실거주용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와 형평성에도 안 맞는 불합리한 제도다. 이런 특혜를 바로잡는 일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시행령인 대통령령을 개정하면 된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간단히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주택공급을 크게 늘려 집값을 잡겠다고 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대거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환수할 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투기 광풍으로 이어진다. 고밀도 도심 재개발을 해서 도시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투기 자본의 배만 불려주는 잘못된 정책은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뿐이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무주택 세입자와 도시 서민을 쫓아내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은 심판받아 마땅하다.

집값 폭등은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른 자산 격차를 더 크게 벌려서 도시 서민들을 ‘하우스푸어’와 ‘벼락거지’의 고통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게다가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제러미 그랜섬은 경고한다. 이전 거품이 그랬듯이 “이번 거품은 머지않아 터질 것이다.” 그랜섬은 지난 1989년 일본 자산 거품과 200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하우징 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2021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