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특별법,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른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통계청이 18일 ‘2020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1분위(-13.2%)와 2분위(-5.6%) 가구의 근로소득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에 반해 최상위 20%를 대표하는 5분위의 근로소득은 코로나 충격 와중에도 1.8% 증가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4.72배로, 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보다 4.72배 많다는 뜻이다. 3/4분기 4.88배에 이어 연속 후퇴했다.

지난해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떠오른다. “위기는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에게 특히 가혹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 극복에는 성공했지만, 그때마다 소득 격차가 벌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 오히려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

문 대통령의 지난 발언을 소환한 까닭은 통계청 발표 다음날 나온 뉴스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에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한 자리에서 “어제 발표된 가계동향조사에서도 그동안의 노력이 지표로 확인이 되었다. 경기 악화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감소했지만 적극적이고 신속한 재정 정책으로 이전소득이 많이 증가하여 모든 분위에서 가계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정의 분배 개선 효과가 40%에 이르러 위기 때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 악화를 최소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이 정부 통계로 확인되었고,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던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해졌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소득 불평등 악화 최소화”라고 교묘하게 말을 바꾸면서 견강부회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다. 착각도 유분수지, 이 정도면 민망함이란 걸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평등 심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느끼는 국민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박병석 국회의장 비서실과 YTN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조사해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응답이 82.7%에 달했고, ‘매우 심해졌다’는 응답도 52.8%나 되었다. ‘심해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14.8%에 그쳤다.

주목할 것은 양극화가 심해진 원인에 대한 인식이다. 시민들은 양극화의 원인으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34.1%)을 첫째로 지목했다. ‘자영업자 매출 감소’(26.1%), ‘일자리 감소’(25.6%)가 뒤를 이었고, ‘기업 투자 감소’라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양극화 완화를 위해 시급한 정책을 물은 결과,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응답이 26.5%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서울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 응답이 34.4%로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집계됐고, 20대에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 응답이 30.2%로 많았다.

청와대의 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으니, 정책이 올바로 나올 리 없다. 부동산 정책은 민심에 역행하여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이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의 경우 경제성, 환경에 미칠 영향, 국가의 미래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추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앞뒤 안 가리고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 제출한 가덕도특별법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절차 면제 및 단축, 건설비용 보조를 위한 재정자금 융자,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온갖 특혜를 총망라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런 특혜에 반대할 리 만무하다. 반대는커녕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까지 들고 나왔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예타 면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 핵심 특례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가덕도특별법을 의결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울경 역사가 바뀝니다. 가덕신공항이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부울경 시도민 여러분, 축하드립니다.”라고 썼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더 나갔다. 그는 “2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불가역적 국책 사업으로 못박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 후 곧바로 정부 부처가 사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덕도특별법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2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특혜 입법도 모자라 아예 돌이킬 수 없게 만들겠다고 여당 원내대표가 공언하고 있으니, 가덕도 일대에 부동산 투기 붐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부산 강서·사하구, 창원 진해구, 경남 거제 등의 가덕도 주변 지역은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지난해 말부터 이미 집값이 크게 뛰어올랐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여 정부 여당이 앞장서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국책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와 적정 투자시기, 재원 조달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투자사업의 예타를 수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7년 말까지 총 685건, 323조원 규모의 사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되었고, 예타를 통해 예산이 141조원 절감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예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2조7000억원을 들여 만든 뱃길인데 항만물류 실적이 당초 계획의 8% 수준에 불과한 경인아라뱃길이나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 등 예타를 통과하고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업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에서 예타 제도를 무용지물로 전락시킨 사례도 잇따랐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 면제 규정에 ‘재해예방’, ‘지역균형발전’ 등 5가지를 추가해 예타를 피해가는 꼼수를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를 생략해 버려 국민 혈세 22조를 낭비했다.”고 비판했었다.

예타 제도 무력화에서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9년 1월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23개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는데, 전체 규모가 총 24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4년 간 85개 사업, 총 23조6169억원 규모의 예타 면제보다 더 큰 액수였다. 단번에 박근혜 정부보다 더 심하게 예타 제도를 무력화해 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포함하여 88개 사업, 총 60조3109억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예타 대상 사업 217건 중 105건을 면제했고 사업비는 총 88조1396억원 규모였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예타를 면제한 사업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면제한 사업비를 전부 합한 액수(83조9278억원)보다 4조2118억원이나 더 많다. 놀라울 따름이다.

가덕도특별법 통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진행되고,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더 많은 예타 면제가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힘 있는 여당을 내세우면서 민주당 후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대규모 국책 사업을 개발 공약으로 남발할 게 뻔하다. 결국 예타 제도는 빈껍데기만 남고 말 것이다. 대체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다. (2021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