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와 민주당의 정체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정책 의총을 열고, 1가구 1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감면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주택 공시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상위 2%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은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논란 끝에 최종 결정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우선,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기로 한 데 대해 살펴보자.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시가 10억원(공시가격 7억원)이던 아파트가 13억원(공시가격 9억원)으로 오르면 재산세가 54만원 증가한다. 집값이 3억원 뛰었는데 재산세를 54만원 더 내는 게 무슨 큰 문제라는 건가? 민주당의 갸륵한 부자 걱정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더욱 가관이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종부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공시지가 상위 2%(현 11억5400만원 수준)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종부세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일 경우를 분석한 결과 10억원 주택은 세 부담이 39만3천원 줄어드는 데 반해 30억원 주택은 314만1천원이 줄어들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 안은 부자 감세의 특혜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은 전체 주택 중 3.7%이다. 민주당 부동산특위 안은 상위 2%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고 1.7%에게는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96%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부자들에게 감세 특혜를 베푸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당의 정체가 명확히 드러난다.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 아니라 부자들의 정당, 그것도 5% 이내의 최상위 금수저 부자들의 정당이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24일 종부세 감면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는 세제 완화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최악이고 민주당이 차악이라는 구별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종부세 감면에 관한 한 두 당은 하나도 다를 게 없이 완전히 한통속이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게 집값 폭등으로 졸지에 ‘벼락 거지’로 전락한 서민들은 안중에 없는 ‘비국민’일 뿐이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완화안을 제시했다. 현재도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2년 거주요건만 채우면 수억의 양도 차익을 거둬도 양도세를 전액 면제받는 비과세 대상이다. 9억원을 초과해도 10년 이상 거주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양도 차익의 80%를 면제받는다. 부자들에게 얼마나 더 많은 특혜를 베풀고 퍼줘야 한단 말인가?

자산 불평등의 핵심 원인인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선 보유세 강화가 필수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0.1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국 평균 0.54%와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8년 기준, 조세재정연구원)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를 상위 2%에게만 부과하고 양도소득세를 줄여주자는 것은 불로소득 특혜이며 조세 정의에 역행한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여러 라디오에 출연해 특위의 종부세·양도세 완화 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2억원인데 9억원 이상을 고가 주택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조세저항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종부세 완화가 제시됐다.”라고 밝혔다. 황당하다. 집값의 폭등을 막는 것이 부동산 민심의 수습책이지,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감세 특혜를 주라는 건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조세 공평주의 원칙이다. 집값이 폭등해 그에 맞춰 종부세를 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불로소득의 환수 차원에서 종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집값이 폭등해 집 부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억에서 수백억의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고스란히 그들이 사유화하도록 보장해 주고, 거기에다 세금 감세의 특혜까지 안겨준다면, 그야말로 부자 천국 아닌가?

애초에 김진표 의원이 부동산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이런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 소유의 토지에서 도시형생활주택 건축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경기도 안양시 소재 해당 사업장의 필지는 김 의원 일가가 소유한 땅으로 그의 처남이 대표로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김 의원 부부도 해당 건물의 건축주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부동산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사람이 부동산특위 위원장을 맡았으니 그 정책의 결과야 뻔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 의원은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범위에 도시형생활주택을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김 의원 일가의 소유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건축 중인 건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의원의 처남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과세특례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투기 조장 정책으로 다주택자 특혜 정책이다.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확대되었고, 이는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취득세·재산세·건강보험료 감면 등 온갖 세제 특혜를 제공했다.

그 결과 52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임대사업자가 160만 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게 됐다. 상위 30명이 1만1천 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고, 594채를 보유한 사업자도 있다. 임대 기간을 거치면서 집값은 오르는데 지방세, 소득세, 종부세,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아 세금은 거의 없다. 임대 기간이 끝나고 주택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도 깎아준다. 집값 폭등으로 수십억, 수백억 시세차익을 누리는 다주택자들이 수십만명에 달하는데, 그들 대다수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세금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6월 3일은 ‘무주택자의날’이다. 1992년, 김수환 추기경과 정일우 신부, 제정구 의원은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주거연합)과 함께 6월 3일을 ‘무주택자의 날’로 선포했다. 선포식에 참여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 세상에 집 없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호화주택을 지을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있다면 모든 이를 위해 최소한의 삶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주거연합은 1997년 3월 총회에서 당시 15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새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무주택자의 날에 열리는 집회에 참석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30년 전에 비해 부동산 격차가 줄었을까? 불평등 가운데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신한은행이 전국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 고자산 가구와 하위 20% 저자산 가구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164.3배로 더욱 확대됐다. 조세정책의 누진성을 강화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건만 정부·여당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2021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