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사를 추방하라!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지난 16일 밤 보도된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의 망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 취재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두 나라 관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 등의 상스러운 험담을 내뱉었다.

소마 공사는 “사석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외교의 경향을 설명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해명도 황당하다. 언론사 취재진과의 간담회를 사석이라고 생각했다고? 몰상식하고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통령의 실명을 거명해 놓고서 지칭한 것이 아니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지껄인다. 나아가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으면 문제의 발언이 무례한 망언이 아니라는 건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2019년 한국에 부임한 소마 공사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일본대사관의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 외교관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소마 공사는 취재진에게 한국 정부가 먼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거나,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정중히 맞이하겠다”라고 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소마 공사의 망언이 실언이 아니라 작심 발언임이 드러난다.

보도 다음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급히 보도자료를 내어 유감을 표명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17일 새벽 한국의 외교부 출입 기자단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은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며 본인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의 반응을 보면 유감 표명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가토 장관은 같은 날 취재진에게 “사안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주한대사가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는 얘기는 들었다”라고 둘러댔다.

정부는 소마 공사의 발언과 관련해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외교부는 17일 오전 최종건 제1차관이 아이보시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소마 공사가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엄중히 항의했고, “일본 정부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일본 측에 요구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란 소마 공사의 본국 송환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8일 한국 정부가 요구한 조치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소마 공사의 도발적 망언은 결코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위 외교관이 시정잡배도 입에 담기 부끄러운 추잡한 단어를 동원하여 주재국 정상을 모욕한 것은 외교적 결례 이전에 정치적 도발에 가깝다. 주권국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신속하게 소마 공사의 본국 송환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무성의하게 나온다면, 우리 정부는 지체 없이 단호하게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소마 공사를 “불만한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 즉시 추방해야 마땅하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용어로 기피 인물이라는 뜻이다. 대사나 공사 등의 외교사절에 대해 접수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피 인물로 선언할 수 있다. 이 선언이 있으면 외교관으로서의 면책특권이 사라진다. 이 선언이 있을 때 파견국은 보통 해당 인원을 본국으로 소환하는데, 만약 파견국이 이를 거부하면 접수국은 해당 인원을 일반인 방문자 또는 불법체류자로 대우하게 되며 강제퇴거 명령을 내려 추방할 수 있다.

유엔(UN)의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1961.04.18. 채택. 1964.04.24. 발효)에는 외교관 추방의 근거 조항이 있다. 위 협약 제9조에는 <접수국은 언제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설명할 필요 없이 공관장이나 또는 기타 공관의 외교직원이 “불만한 인물”(PERSONA NON GRATA)이며, 또는 기타의 공관직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파견국에 통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경우에 파견국은 관계자를 소환하거나 그의 공관 직무를 종료시켜야 한다. 또한 <파견국이 그 이행을 거절하거나 상당한 기일 안에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접수국은 관계자를 공관원으로 인정함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위 협약 제43조는 접수국이 당해 외교관을 공관원으로서 인정하기를 거부함을 파견국에 통고하면 외교관의 직무가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일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 부부가 한국을 떠났다. 지난 4월 벨기에 대사의 부인이 서울 용산구 옷 가게 직원의 뒤통수를 때리고 말리던 다른 직원의 뺨까지 때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녀는 처벌을 피한 지 석 달 만에 또 다시 이달 초에 서울 한남동 한 공원에서 환경미화원을 폭행하고 도시락을 발로 차고 짓이기는 행패를 부렸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소피 윌메스 벨기에 외무장관이 “지체 없이 돌아와야 한다”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벨기에 대사 부부가 출국했다. 애초 벨기에 대사의 이임 예정 시기보다 빠르게 한국을 떠났으니, 긴급소환을 당한 셈이다.

벨기에 대사 부인의 추태와 말썽이 긴급소환 감이라면 일본 소마 공사의 몰상식하고 무례한 망언과 도발은 즉시 추방 감이다. 만일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의 본국 송환을 미루면서 미적대고 뭉개면 한국 정부는 그를 지체 없이 “불만한 인물”로 지정하여 추방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을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은 국가의 자주권과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이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느냐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방일 교섭 상황을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일본 측의 성의 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 무엇을 더 기대하고 지켜볼 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도쿄올림픽 관련 입국자들에 대한 사흘 격리조치를 고려하면 늦어도 19일에는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가 확정 발표돼야 한다. 청와대의 발표를 예의 주시한다. (2021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