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미국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미국이 다시 세계 최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국가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집계를 보면, 7월 19~25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세계 최대인 50만332명이었다. 브라질(32만4334명), 인도네시아(28만9029명), 영국(28만2920명), 인도(26만5836명)의 확진자 규모를 크게 앞선 수치다. 미국의 전주(12~18일) 확진자는 21만6433명이었고, 한 주 사이에 131%가 늘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와 영국의 확진자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인도는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브라질의 확진자는 12.7% 늘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백신 접종자들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대부분 벗어도 된다고 착용 지침이 대폭 완화된 바 있다. 한때 4000명 대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27일(현지시간) 10만8775명을 기록하며 다섯 달 만에 10만명 대를 넘어서자, 결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착용 완화 지침을 두 달 만에 철회했다.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노마스크 정상회담을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다시 마스크를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8일 백악관에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와 만나면서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하루 전 백악관 실내 행사에서 마스크를 썼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의회 건물에 마스크를 쓰고 들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연방 공무원에게 백신을 접종했음을 증명하도록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이 조처는 40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군인들의 필수 예방접종 목록에 추가하는 계획을 세우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렇게 되면 150만명에 이르는 군인은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각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 백신을 자발적으로 맞는 주민에게 연방정부가 제공한 구제기금을 활용해 100달러(약 11만5천원)씩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직원에게 본인과 가족의 백신 접종을 위한 휴가를 주면 해당 비용을 보전해주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백신 미접종자의 유행병”이라며 “숨질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숨지고 있고 앞으로도 숨질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백악관 수석 의료고문 겸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 6월 중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1만여명) 중 99.2%가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대다수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신 접종자는 0.8%로, 사망자 1만8000여 명 중 15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7월 4일 기준 미국 성인 중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비율은 67.1%, 2회까지 접종을 마친 비율은 47.4%라고 발표했다.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까지 70%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에 미달했다. 미국 성인의 30%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성인과 어린이를 합친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 가운데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12세 미만 어린이 4800만명은 접종 대상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백신 접종 대상이지만 아직 백신을 맞지 않고 있는 성인 9300만명의 접종률을 올리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미루는 미국인은 크게 백신 거부자와 회의론자로 나뉜다고 보도했다. 백신 거부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으나, 주로 백인(70%), 교외·시골 거주자(83%), 공화당 지지자(67%)였다. 백신 회의론자는 접종을 미루거나 지켜보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흑인이나 라틴계 미국인(42%), 도시 거주자(37%), 민주당 지지자(39%)였다. 뉴욕타임스는 백신 거부자 집단이 전체 성인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지 않고는 바이러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비영리단체인 카이저가족재단의 지난 6월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백신을 맞지 않겠다”거나 “절대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76%는 6개월 뒤에도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추이를 보고 싶다”는 응답자의 54%, “가능한 한 빨리 맞겠다”는 응답자의 92%는 백신을 접종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인의 80% 정도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선 ‘두 개의 미국’이 드러난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신 거부의 분위기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의 6%가 향후 백신 접종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나, 반면에 공화당 지지 성향 응답자는 46%가 백신 접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졸 학력자의 백신 접종 거부 의사(31%)가 대졸 학력자의 경우(12%)보다 높고 중년층(35~54세)의 백신 접종 거부율(33%)이 젊은 층의 거부율(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간 격차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 미국 대선 결과에서 보았듯이, 미국 사회는 진영 논리와 편 가르기로 격렬하게 대립해 유혈 충돌까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월 6일 경찰 저지선을 뚫고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하던 상·하원 의원들은 긴급 대피했고 일부는 회의장 안에 갇히기도 했다. 이 사태로 경찰 2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고, 현장에 있었던 경찰 2명이 나중에 목숨을 끊었다. 경찰 부상자도 150명에 달했다. 두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라져 폭력 살인 사태까지 발발함으로써 두 개의 미국이라는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났던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통합을 역설하고 있지만,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진 정치적 분열과 대립은 여전하다. 퓨 리서치 센터가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의 94%가 2020년 대선에서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를 찍은 사람들의 96%가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상대 후보가 이겼을 때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는데, 바이든 지지자의 43%, 트럼프 지지자의 41%가 이렇게 답했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대선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답했으며, 53%는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가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에 출마하려고 현재까지 연방선거위원회에 서류를 낸 약 700명의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에 대해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일제히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 세력이 강한 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아이오와·네브래스카·아칸소 등 9개 주는 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침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역 주지사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캘리포니아·미주리·네바다 등은 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침을 받아들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복원했다. 바이러스 방역에서조차도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개의 미국이다. (2021년 8월 2일)